식약청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 18일 오송 식약청사 앞 천연물신약 규탄대회에 이어, 대한한의사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안재규, 이하 한의사비대위)는 24일 오전 국회 앞에서 잘못된 현행 천연물신약 정책과 법령의 전면 폐기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한의사 5천여 명이 참여한 이날 집회에서 한의사비대위는 현재의 불합리한 ‘천연물신약’사태를 야기한 복지부 및 식약청 관계자 문책을 촉구하는 규탄사를 낭독하고, ▲복지부와 식약청의 천연물신약과 관련된 불합리한 법령과 제도‧정책 등의 재검토 및 국민의 입장에서 전면 재수립 ▲현행 ‘천연물신약’에 대한 신규 임상시험계획과 준비 중인 품목허가를 즉각 중지 ▲양의사들의 ‘천연물신약’에 대한 처방 및 활용을 즉각 금지 및 양방건강보험 급여적용을 즉각 취소 ▲독립한의약법 제정 및 ‘한의약청’ 신설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한 ‘현행 천연물신약 정책 전면 백지화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선언문을 낭독하고, 대국민 서명 작업에 돌입했다.

‘100만인 서명운동’과 관련하여 한의사비대위는 “국민 여러분들의 귀중한 마음을 하나하나 소중히 간직하여, 불합리한 현행 ‘천연물신약’ 정책이 완전히 폐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현행 천연물신약 정책과 관계 법령이 전면 백지화되고, 진정으로 국민 여러분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수립되는 그 날까지, ‘100만인 서명운동’은 중단 없이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계는 “천연물신약 정책이 93년 한약분쟁 이후 식약청 내 약사공무원들에 의해 은밀히 진행되어 온 한약강탈 작전”이라고 명명하며, “십 수 년 간 6천억 원 이상의 국가재정이 투입되어 제약회사의 배만 불려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한약을 한의약의 비전문가가 처방하면서 벌어질 약화사고에 무방비한 식약청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포기했다”고 설명하며, “현재의 왜곡된 천연물신약 정책을 백지화하고 이미 나온 천연물신약 역시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천연물신약은 모두 7종이 출시돼 양의사들에 의해 처방되고 있으며, 내후년까지 약 70여 종의 천연물신약이 추가로 출시될 예정이다. 해당 천연물신약은 대부분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8일 실시된 식약청 국정감사에서는 일반적인 신약 개발과 달리 독성, 임상시험을 형식적인 수준에서 치르고 있다는 점,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인데 반해 외국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팔린다는 점, 천연물신약이 한약제제와 현재 규정으로서는 차이가 없다는 점 등이 민주통합당 이목희 의원과 김성주 의원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안재규 한의사비대위원장은 “천연물신약 정책이 지금과 같이 계속 흘러간다면 국민들은 엉터리 천연물신약에 의한 약화사고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라고 밝히며,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현재의 왜곡된 천연물신약 정책을 백지화시킬 때까지 강력히 맞서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날 집회에서는 ‘100만인 서명운동’과 함께 한의사비대위원들이 식약청 건물 모형을 망치로 부수고, 10초 만에 천연물신약을 만드는 법을 공개하는 등 다양한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또 이날 오전 진료를 휴진하고 집회에 참석한 한의사들은 ‘가짜신약 승인해준 식약청장 처벌하라’.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될 식약청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국민이 생체실험 대상입니까?’, ‘한약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팔아넘긴 식약청은 자폭하라’ 등의 내용을 담은 각종 시위 팻말을 들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활발히 선전운동을 펼쳤다.

김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