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가 외부인의 객관적 시각으로 보건의료 직능 간의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발족시킨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위원장 송진현, 이하 직능발전위)의 2차 회의가 지난 7일 개최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법조ㆍ언론ㆍ소비자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공익 위원들과 함께 각 직능단체별 추천 위원들도 참석해 주목을 끌었으나, 보건의료 직역 간의 갈등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처음부터 무거운 안건들을 논의하기 보다 주기적인 위원회 개최를 통해 상호간의 신뢰를 형성한 후 갈등 문제에 대해서는 천천히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직능발전위가 오히려 직능별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논의의 물꼬를 천천히 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직능발전위는 향후 논의할 의제에 대해서는 회의 참석자들 간의 신뢰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논의가 용이한 의제들을 선정하는데 합의하는 한편, 합의 과정이 어려운 의제들을 무리하게 선정하기 보다 복수 의제들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위원회에서 순차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을 밟기로 했다.

한편, 직능발전위는 11월 28일 열린 1차 회의에서 예시 안건으로 ▲천연물신약 처방권 ▲한의사의 의료장비 사용 ▲복합제제의 한의사 처방 관련 문제 ▲IMS 신의료기술 인정여부 ▲치과의사의 미용성형 수술 ▲간호등급제 개선 ▲간호인력양성체계 개편 ▲물리치료사 지도감독권 및 간호조무사의 한방물리요법 보조 업무에 관한 복지부 유권해석 갈등 등 8개를 선정한 바 있으며, 그 중 한의계와 관련된 현안은 5개에 달했다.

이날 2차 회의에 참석한 대한한의사 비상대책위원회 김필건 수석부위원장은 “첫 회의는 상견례 자리로 과제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열렸기 때문에 특별히 논의한 안건은 없었으며, 회의 분위기는 비교적 무거웠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또 “위원회가 1차 회의에서 예시 안건으로 정한 8개 의제 중 ‘천연물신약 처방권 관련 갈등’이라고 제목을 정한 것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히고, “천연물신약문제를 처방권과 관련된 갈등이라고 국소화시키는 순간 갈등을 푸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해 ‘천연물신약 문제’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또 이번 직능발전위의 발족에 대해 “복지부가 처리해야 할 현안을 새로운 단체 하나를 만들어서 미룬 꼴”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으며, “한의계의 여러 현안들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한의학이 법적인 보호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떤 형태로든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필요성과 공감대만 형성되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내년 1월 11일 제3차 회의를 열고, 갈등문제 전문가 초청 강연 및 워크숍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