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지금까지 많은 연구에서 기능성 소화장애에 침 시술이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보여왔지만, 현대과학적인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상세히 밝혀진 것은 적었습니다. 기초, 임상연구들을 통해 위경에 대한 자침이 실제 타 경혈에 비해 위장질환의 증상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 알려져 있지만, 대체 왜 그런 효과를 발휘하는지 현대적 시각에서 보면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기능성 소화장애환자를 대상으로 통상적인 무작위 대조시험과 함께 PET-CT를 통한 뇌의 변화를 추적 관찰함으로써 침 치료의 과학적인 근거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논문 내용] ROME III기준을 만족시키는 72명의 기능성 소화장애 환자를 무작위로 배치해 4주간 총 20회의 침 시술(치료시간은 30분)을 시행했습니다. 실험군에는 양구, 족삼리, 풍륭, 충양의 위장경 소속 경혈을 자침했고, 대조군에게는 상지의 비 경혈점에 자침을 시행했습니다.

임상적 결과는 소화장애의 평가도구인 Nepean Dyspepsia Index(NDI)와 Symptom Index of Dyspepsia(SID)를 통해서 평가했습니다. SID 점수에서는 대조군에 비해 실험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승을 보였고, NDI 점수에서는 두 군 간에 통계적 차이가 없었으나, 임상적으로 유의할만한 개선은 실험군에서만 나타났습니다. SID점수의 세부항목을 평가해보면, 대조군에서는 오직 식후 팽만 증상만 개선되었으나, 실험군에서는 조기 포만감 역시 개선되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보인 이유를 찾기 위해 실시한 PET-CT검사에서는 실험군 환자들에게서 전대상피질(ACC), 뇌섬엽, 시상, 시상하부의 당대사 비활성화를 관찰할 수 있었고, 이와 SID 점수의 상승 간에는 통계적인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반면 가짜 침 군에서는 뇌간, 시상부위의 대사 저하만이 관찰되었고, 이는 QOL관련 항목에만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대조군에서는 실험군에서 보이는 ACC, 뇌섬엽, 시상하부에서의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위경의 경혈에 대한 자침은 증상개선과 삶의 질 향상 모두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으며, 그에 비해 가짜 침 치료는 삶의 질만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서로 다른 뇌 부위의 활성화에서 비롯되며, 올바른 침 치료가 가짜 침과는 구별되는 경혈 특이적인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은 치료를 통해 활성이 달라진 뇌의 부분들이 담당하는 기능(항상성 유지를 위한 구심성 회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필진 의견] 과거 국내에서 조장희 박사 등에 의해서 침 치료의 뇌과학적인 기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으나, 여러 문제들로 시들해진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침 치료의 현대과학적 근거 구축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본 연구는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를 병행하여 단순히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 기전까지 일부 밝혀냄으로써 침 치료 기저에 놓인 과학적 의문에도 일정한 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침 치료 연구에 따라다니는 placebo에 대한 문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으며, 또한 뇌와 장관 간에는 밀접한 기능적 상호관계가 있다는 것이 최근의 과학적 연구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는만큼, 소화기관련 질환에 대한 침 치료의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보입니다.

최근 임상가에서는 환자들의 시각이 많이 달라져, 기존의 한의학적 설명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그러한 설명을 불신하는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 과학적으로 밝혀진 근거를 통해 한방치료의 기전과 효과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임상에서의 의사-환자 간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출처] Zeng et al. Influence of Acupuncture Treatment on Cerebral Activity in Functional Dyspepsia Patients and Its Relationship With Efficacy (Am J Gastroenterol. 2012 Aug;107(8):1236-47)

연구동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