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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 기획 > 학술기행 | ICTAM 빛낸 석학들(김태우)
     
“의료와 종교 관계, 티벳 의학 연구 통해 조명”
▶9월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ICTAM) 빛내는 석학들(11)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 의료인류학자 모나 쉬렘프(Mona Schrempf)
2013년 08월 22일 () 09:16:14 김태우 mjmedi@mjmedi.com
다년간 현지 조사 후 「Medicine between Science and Religion」 출간

일본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일본 전통의학과 한국의 한의학이 이 시대에 존재하는 방식을 비교연구하기 위해 의료인류학적 현지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본 침법의 대표적 학파인 수기야마(杉山) 침법을 사용하는 와쿠다 선생의 클리닉을 찾았다. 수기야마 침법은 침관을 사용하는 일본 침법의 효시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침관을 통한 자침법은 침 치료시 환자의 아픔을 덜기 위한 이유 이상으로 효능적이며 기술적인 이유가 있다고 와쿠다 선생은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침관은 아주 가는 침의 자침을 가능하게 하며, 침관 덕분에 자침된 가늘디가는 호침은 환자의 상태를 아주 센서티브하게 감지할 수 있게 해주며, 취혈을 위해 촉진을 강조하는 수기야마 침법에서 침관은 혈자리를 정확하게 (촉진으로 확정한 혈자리에 곧바로 침관을 위치시킴으로써) 지정하는 도구의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에 이어진 참관에서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는 가는 호침을 사용하면서, 취혈과 진단을 위해 촉각을 십분 활용하는 수기야마 침법의 특징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Medicine between Science and Religion」



인류학자를 생면부지의 문화와 사람들에게로 불러내는 것은, 현지에서 경험하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이다. 인류학자들을 고생스런 현지로 추동하는 이 설렘은, 단지 현지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라기보다는, 그 만남을 매개로 펼쳐지는 문화적/의료적 현상에 대한 학문적 기대이다. 와쿠다 선생과의 만남도 일본 문화/의료의 흥미로운 부분을 펼쳐 보이는 만남이었다.

선생의 클리닉은 신사(神社)와 나란히 위치하고 있었다. 신사로 들어선 필자를 맞이하기 위해 와쿠다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 몰려왔다. 다른 문화에서 온 인류학자를 위한 최상의 배려를 하려는 듯, 선생과 제자들 그리고 신사 관계자들은 간단한 제례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신사 관계자와 가운을 입은 선생과 제자들이 함께 재단을 향해 고개 숙이고 손바닥을 마주쳐 소리내는 모습은 필자에게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무엇보다도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신사에 모셔져있는 인물이 바로 수기야마 침법의 원조인 수기야마 와이치(1610~1694)라는 사실이었다. 일본의 종교인 신도 사당에서 모시고 있는 의학사 속의 인물은 일본의 문화 속에서 의학과 종교가 착종되는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통의학이 과학과 만나 변화되는 모습 보여줘

전통의학에서 종교와 의료가 가진 연관성은 의료인류학의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의료인류학자 모나 쉬렘프(Mona Schrempf)가 아담스, 클레이그와 함께 출간한 「메디슨 비트윈 사이언스 앤드 릴리즌 (Medicine between Science and Religion)」도 의료와 종교의 관계를, 티벳 의학에 대한 연구들을 통해 다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쉬렘프는 다년간의 현지조사를 통해 티벳 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의료인류학자이다. 그녀의 책을 흥미롭게 하는 것은 종교와 의료의 관계에 개입하는 과학이라는 이슈 때문이다.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세 가지 독(毒)[貪瞋癡; 욕심, 성냄, 어리석음]과 약사여래불을 그 의학이론의 중요한 근간으로 삼고 있을 정도로 특히, 종교와 밀접한 연관을 티벳 의학은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전통의학이 근대 이후 과학과 조우하면서 야기되는 변화와 그 변화의 와중에서 다양한 층위로 발현되는 의사, 환자, 정부의 실천들을 쉬렘프의 책은 보여주고 있다.

「Medicine between Science and Religion」의 다양한 논의가 결국 보이고자 하는 것은, 그 제목이 시사하듯이 과학과 종교, 근대와 전근대, 진보와 전통 등의 근대적 이분법에 대한 기각이다. 이분법은 곧잘 상하관계를 전제로 한다. 과학의 의학은 발전된 형태의 의학이고 종교와 연결된 의학은 후진한 형태의 의학이라는 두 극(極) 사이의 권력관계를 깔고 있다.

「Medicine between Science and Religion」을 출간한 쉬렘프를 포함한 세 명의 의료인류학자들은 인류학이 견지해온 이분법에 대한 반대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인류학 백 여 년의 역사동안, 현지를 다니면서 인류학자들이 목격한 것은 어떤 문화현상에는 그 사회역사적 배경이 만들어 내는 설명 가능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의료 또한 그 의료를 배태한 문화,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문화와 역사를 들여다보면 다양하게 표현되는 의료현상도 요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류학은 하나의 문화의 관점에서 다른 문화를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즉, 특정 문화의 관점에서 다른 문화를 설명하는 것은 그 문화를 설명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 문화를 침묵시키는 역작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하관계를 전제로 오랫동안 인류학이 견지해온 ‘이분법 시각’ 반대

이러한 관점은 의료연구에서도 관철된다. 비록 서양의학이 전세계적 헤게모니를 쥐고 있지만 서양의학의 관점으로 다른 전통의학을 재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전통의학을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통의학의 내부 관점과 논리 속에서 의료 현상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과학/종교, 근대/전근대, 진보/전통 등의 이분법을 반대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상위주체(과학, 근대, 진보)의 관점으로 하위 주체들을 규정하려는 의도를 기각한다는 것이다. 의료인류학은, 비록 서양의학이 권력을 쥐고 있지만, 서양의학도 서양의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의학이라는 관점을 분명히 한다. 그래서 민주적이다. 권력 있고 부자라고 해서 선거에서 두 표를 행사할 수 없듯이 서양의학 또한 전 세계의 수많은 의학 중 단지 하나의 의학으로서 자리매김 될 뿐이다. 모든 문화와 그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존중 받을 가치가 있듯이 그 문화들이 만들어 온 의학도, 경중을 따질 수 없는, 모두 중요한 인류의 가치라는 것이다.

과학과 서양의학의 관점에서 전통의학을 치부하지 않기 위해, 연구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컨텍스트 속에서 그 의학들 드러내는 것이다. 티벳 의학의 주요 개념은 티벳 문화와 인식론적 관점에서 드러내고, 서양의학의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동아시아의학의 모습도 사회적, 정치적 장 속에서 그 변화의 모습을 기술한다. 반갑게도 이러한 방법론을 수용하는 학술저널들이 늘어나고 있다.

IASTAM 발행 저널 「Asian Medicine」마타 한슨과 함께 공동 편집장 맡아 활동

이번 산청 ICTAM의 주최 학회인 국제아시아전통의학회(IASTAM)가 발행하는 「아시안 메디슨 (Asian Medicine: Tradition and Modernity)」도 이러한 저널 중의 하나다. 모나 쉬렘프는 존스 홉킨스 대학의 마타 한슨과 함께 이 저널의 공동 편집장을 맡고 있다. 이러한 저널들의 출현과 함께, 기존에 과학적 분석만을 선호하던 전통의학 저널들도 점점 그 의학의 관점과 컨텍스트를 중심으로 기술된 논문에 증대하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9월 산청에서 열리는 ICTAM 학회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한국의 한의학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은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과학적 방법론만이 전부가 아니고, 전통의학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며 이러한 시선들을 담지한 연구와 학술 발표가 가능함을 체험할 수 있는 학회가 되었으면 한다. 9월 산청에서 펼쳐질, 전통의학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의 경연을 보면서, 한의학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다수로 존재한다는 것을 공감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태우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료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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