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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 기획 > 학술기행 | ICTAM 빛낸 석학들(김태우)
     
"한약 광고 통해서 일본 근대 의료 역사 포착"
▶9월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ICTAM) 빛내는 석학들(12) 미국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 의사학자 수잔 번즈(Susan Burns)
2013년 08월 29일 () 10:11:09 김태우 mjmedi@mjmedi.com

의료사 연구 위해 광고를 주시
「Asian Medicine」 표지논문 뽑혀

‘마케팅 위민즈 메디슨즈’ 논문
상업화된 의료화 주목

19세기부터 당대까지
여성 대상 한약 광고 역사 다뤄

이번 여름, 일본전통의학에 대한 의료인류학적 현지조사를 진행하면서 쯔무라제약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한 일본 의대에서 방문팀을 조직하고 있었는데, 합류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것처럼, 쯔무라제약은 한방제제를 생산하는 일본 유수의 제약회사이다. 상한론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한방(漢方·kampo)은 다수의 제약회사에 의해 상품화 되어 환자들을 위한 전통의학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들 제약회사들 중에서 쯔무라는 전체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대표적 회사이다. 공장이 위치한, 쭈쿠바라는 도쿄 근교의 도시에 도착하자 쯔무라제약에서 보낸 버스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를 10분쯤 달려서 도착한 쯔무라제약 공장의 위세는 한 눈에도 큰 기업이라는 느낌을 준다. 회사 건물의 입구 중앙에 위치한 ‘쯔무라한방기념관’으로 안내 받아 들어갔다.

   
◇일본의 한약광고 사진이 게재된 「Asian Medicine」 표지 사진.

회사의 연혁과 상품들에 대한 간략한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되는 방에서,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한 쪽 벽에 나열되어있는 복진 체험을 위한 마네킹들이었다. 복부만 있는 마네킹들은 심하비(心下??), 흉협고만(胸脇苦滿) 등의 상태를 촉감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복진을 강조하는 일본 한방의 특징이 이 제약회사에서도 드러나고 있었다. 프리젠테이션 후에 마네킹을 촉진해 보는 일행들의 얼굴에는 신기한 빛이 가득했다. 한국에서 온 필자에게 이 장면은 상당히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그것은 우리 일행의 대다수가 서양의학을 공부하는 일본의 의대생들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통의학은 한국의 한의학과는 상당히 다른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한약 처방이 서양의학 면허를 가진 의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에는 한약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와는 별도로 침구사가 따로 있으며, 침과 뜸으로 치료하는 침구사와 의사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다. 침구사는 한약을 처방할 수 없다. 하지만 의대를 졸업한 의사는 별도의 자격증 없이 한약, 침, 뜸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쯔무라제약의 입장에서는 한약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들이 최대의 고객이기 때문에, 미래의 고객인 의대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우리 일행을 위해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었다.

쯔무라 한방 기념관 2층은 일본의학사와, 그의 일부로서의 쯔무라제약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 전시되고 있었다.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쯔무라가 내놓은 제품의 광고들이 시간대별로 전시 되어 있는 섹션을 보는 순간, 미국의 의사학자 수잔 번즈(Susan Burns)의 얼굴이 떠올랐다. 2층 전시관 한 면을 채우고 있는 익숙한 그림들이 눈이 들어 왔기 때문이다.

IASTAM(국제아시아전통의학회, 9월 산청의 ICTAM을 주최하는 학회)에서 출간하는 저널 「아시안 메디슨 (Asian Medicine)」의 표지에서 그 광고들을 본 적이 있었다 <표지사진 참조>. 번즈는 근대의학사에 방점을 두면서 일본역사를 연구하는 시카고 대학 (University of Chicago) 교수이다. 2009년, 번즈가 아시안 메디슨에 발표한 논문 “마케팅 위민즈 메디슨즈 (Marketing Women’s Medicines: Gender, OTC Herbal Medicines and Medical Culture in Modern Japan)”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한약 광고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19세기부터 당대에까지 이어지는 광고, 특히 제약회사에 의해 생산된 한약 광고를 통해서 일본 근대 의료의 역사를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 주시하는 두 개의 개념은 상업화와 의료화이다. 개별 의사들이 개별 환자를 위해 조제되는 한약이, 기업을 통해 생산될 때 피해갈 수 없는 상업화의 논리를 일본 한약의 변천사와 함께 다루고 있다. 의료화라는 개념은, 기존에 의료의 영역 밖에 존재하던 사회문화의 부분이, 근대 이후 의료의 팽창과 함께, 의료의 영역에 포섭되면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화적 문제들을 조명하고자하는 개념이다.

근대화와 함께 일본 제약회사들이 여성과 관련된 제품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료화의 예로 번즈는 제시하고 있다. 의료화의 개념은 단지 제약회사에 의해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서 의료 시장이 넓어지는 것 이상의 현상을 포착하려 한다. 그 의료의 팽창에 수반되는 새로운 의미의 출현에 주목한다.

특히 여성을 위한 한약 제품에 수반된 여성의 몸에 개입하는 상업화된 의료화에 주목한다. 기업에 의해 대량생산되고 광고에 의해 전면화 된 ‘여성을 위한 약’은, 많은 여성의 삶 속으로 개입하여, 건강을 위해서는 그 제품을 소비해야 한다는 의료화 담론을 일상화 시킨다는 것이다. 번즈의 연구가 흥미로운 것은 의료사를 연구하기 위해 광고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으로 접하는 광고 문구 하나가 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번즈의 논문은 보여준다. 의료와 관련된 단편적 일상이라 할지라도 역사적 맥락과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그 편린들을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의료사를 바라볼 수 있는 훌륭한 창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번즈의 논문이 예시하고 있다.

부탄에서 열린 제7회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에 참석했을 때 번즈는 「Asian Medicine」에 표지 논문으로 뽑힌 그 논문의 초기 버전으로 발표를 했었다. 발표장에서 번즈의 발표를 듣고, 한국과 일본의 의료사의 차이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번즈는 20세기 초반 일본에서는 남성 보다는 여성에 대한 의료화가 특히 강조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발표 내용을 받아서, 한국의 경우에는 남성에 대한 (특히 정력에 대한 담론을 중심으로) 의료화가 강조된다는 인상이 강하다는 내용으로 질문을 했다. 지금은 답변을 할 수 없지만 그에 대해서 좀 더 연구를 해서 알아보겠다는 답변이 돌아 왔다. 이번 산청 학회에 참석하는 번즈가 어떤 답변을 가지고 내한할지 궁금하다.

이번 일본에서의 현지조사를 통해서도 실감했지만, 비교연구의 관점으로 의료를 바라보면 흥미로운 논점들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은 공히 동아시아의학을 공유하고 있고, 공히 근대를 경험하고있는 동아시아의 나라이다. 하지만 각각에서 드러나는 의료현상은 두 나라가 경험한 역사와 문화의 차이에 비슷해 보이지만 상이하게 드러난다. 역사와 문화의 조건이 만들어 내는 의료현상들의 미묘한, 때론 현격한 차이는 의사학, 의료인류학 연구의 매력적인 부분이다. 9월 산청 학회에서, 각각의 아시아전통의학에 대한 논의들을 비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흥미로운 발표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비교의 관점들은 다시 지금 한국의 한의학을 다각도에서 비춰주는 소중한 거울 역할을 해 줄 것이다.

김태우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료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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