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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사유의 힘’ |
| 도서 비평 |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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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의 계획은 이랬다.
단행본 중에 가급적 다양한 장르에 걸쳐 정신적 도움이 되는 책들을 선정할 것. 늘 그렇듯 계획엔 변동이 생기는 법. 오늘은 잠시 일탈해보고자 한다.
내가 이 월간지를 만난 것은 ‘한겨레21’을 통해서였고, ‘한겨레21’은 아빠께 드리는 정기구독 선물이었으니 거슬러 가면 아빠가 최초 원인제공인 셈이다. 바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이야기다(이하 르 디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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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월간지)
편집부 著
르몽드(월간지)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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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도 결국은 반 강제성에 의한다고 할 수 있겠다. 달마다 내 이메일 함으로 오는 애처로운 독자 호소문. 도대체 월간지를 구독하는 것인지, 판촉세뇌를 하는 다단계 피라미드 네트워크에 말려든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호소문의 기대와 달리 홍보실적 없어도 내겐 아무런 불이익이 없었다는 것쯤을 다행이라고나 할까?
사설이 길었다. 이렇게 지면으로 르 디플로 서평을 쓰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최소한의 생계벌이를 하는 것이 세상과 타협하는 문제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구차스러운 유혹을 모두 이겨내고 살아남으려 애쓰는 월간지가 있다. 진흙탕 속에서 버둥거리며 안간힘을 다하는 꼴이라니. 사뭇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럽기 그지 없다.
손쉽게 정보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정보 홍수 속에서 독자는 언론의 옥석을 가릴 권한마저 뺏긴 채 눈과 귀를 잠식당한다. 우리의 주인이 더 이상 ‘우리’가 아닌 시대. 소수의 검색엔진이 독점하는 정보 위계화에 꿋꿋이 맞서는 언론, 르 디플로의 외로운 투쟁을 잠시 들여다본다.
솔직해지자. 우리는 ‘솔직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가. 솔직해지는 것이 어렵고 두렵다는 사실만이 솔직한 심정인 이 사회. 사실이 이러할진대, 품위를 지키기는 더더구나 어렵다. 이러한 때에 저널리즘 정신을 지키고 언론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르 디플로의 대가는 혹독하다. 극도의 재정난은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와 자존심을 지키기가 점점 불가능한 세상살이에서 당연한 귀결이다.
‘수다떨기’보다는 핵심을 짚어낼 것. 광고주와 자본에 굽신거리기보다는 언론의 올바른 자유정신을 구가할 것. 이것이 르 디플로가 추구하는 일관된 정신이다. 물론, 번역과정에서 오자도 많고 오류도 빈번하다. 그래서 더욱 르 디플로의 곤혹스러움과 절실함이 느껴진다. 암흑과 혼돈의 시대에도 빛은 반드시 존재함을, 그리고 그 빛은 우리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어야함’을 즉, 각자의 몫임을 르 디플로는 늘 일깨워준다.
르 디플로의 선사는 또 있다. 세계 지식인들의 등불 피에르 브루디외, 아름다운 여성 도린의 철학적이고도 시적인 남편 앙드레 고르, 대책없이 자유로운 슬라보예 지젝 등 세계의 명석하고 냉철한 지성인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흔치않은 기회다.
지나치게 유럽중심적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우리나라 최고의 통찰력 있는 실천적 학자들과의 주옥같은 만남은 큰 위안이 된다. 이쯤이면 르 디플로를 읽을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암흑을 규정하는 건 결국 빛이다. 빛은 외부에 있기보단 내면에 있다. 우리 각자의 잠재된 ‘빛’을 새어나오게 하는 것은 철저히 자기 몫이다. 이 시대의 불안에 우리 영혼마저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많은 사유와 고뇌가 필요하다. 사유의 끝은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 개개인의 고뇌가 모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르 디플로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윤희정 / 광주시 풍암동 열린한의원
*이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지와 관계 없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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