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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사유한 작가 미하엘 엔데 |
| 도서 비평 | 자유의 감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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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인형)가 전부이던 시절.
난 아직 어렸고, ‘모모’를 봤을때 미미 오빠쯤으로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미미를 위해 꼭 읽어야지 싶었다. 그렇게 엔데와의 만남은 어처구니없이 시작됐다. 성인판본의 두꺼운 ‘모모’를 그 날 다 읽긴 했으나 이야기 전부를 이해하진 못했을 것이다. 기대했던 미미가족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실망하지 않은 걸 보면 나름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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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 著
보물창고 출판사 刊 |
몇 주 전 ‘모모’책이 급히 필요했다. 엄마에게 서재의 몇 열, 몇째 칸까지 언급하며 꼭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주말, 짐 꾸러미 속에선 잊지 않고 엄마가 챙겨 넣은 ‘모모’가 나왔다. 그런데 웬걸, 활자가 바둑알만큼이나 크고 그림이 넘실대는 어린이용 판본이었다. 책만 부여잡고 사는 나의 시력을 걱정한 엄마의 고의였다. 꼬마 적엔 성인용을, 성인이 되어서는 어린이용 판본을 읽는 우스꽝스러움이라니. 엄마의 사랑으로 시력을 보호할 수 있었던 그 날, 나는 엔데에게 ‘정식으로’ 사로잡혔다.
꿈을 이야기한 작가, 미하엘 엔데.
경제학자들은 자본가를 회색인간으로 설명하고, 사회학에선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권력 이데올로기 아래 인간을 옭아매고 있는 ‘시간’의 의미를 성찰하자는 가운데 엔데가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간이 소비기계로 전락하고, 주체의 고갈에 이른 현시대에 엔데는 근본적인 성찰을 조언한다.
오늘은 그의 또다른 작품 ‘자유의 감옥’을 소개한다. 이 책을 작가를 모른 채 읽었다면 보르헤스작품인줄 알았을 거다. 역시나, 책에 실린 작품 중 하나는 아예 ‘보르헤스에게 바친다’ 라고 되어 있다. 어떠한 식으로든 엔데가 보르헤스에게서 강력하게 영향받았음을 확인한다. 다른 점은 보르헤스보다 ‘덜’ 현학적이라는 것? 또한 노발리스-헤세-엔데로 이어지는 독일 낭만주의의 계보가 작품 군데군데 드러난다. 푸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속에서 최후의 독일 낭만주의를 만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에 실린 글들은 기상천외하고 깊은 철학을 담고 있다. 환상적인 내용들로 경직된 사고틀이 금세 말랑말랑해진다. 반면에 모든 글들에 담긴 엔데의 사유 앞에 숙연해진다. 삶의 심오한 철학을 쉽게 풀어낸 엔데의 따뜻함이 가슴뭉클하다. 인간의 주체성 회복, 자유를 향한 슬기로운 해법이 작품 곳곳에 녹아있으니 부지런한 독자는 인생의 열쇠를 덤으로 쥐는 셈이다.
아참, 이쯤에서 수수께끼하나. 책을 읽으며 떠올린 생각이다. 엔데는 주역을 접했음에 틀림없다. 왜냐고? 궁금하면 그의 작품들을 꼭 읽어보길!
2월이다. 끝과 시작의 시간이다. 조쉬 그롸번의 절규로 ‘February Song’을 들으며, crazy world를 살아내는 지금 다시 힘을 내는 것도 좋지만 각자의 자유를 회복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잡담보다는 진담이, 진담보다는 침묵과 사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미하엘 엔데의 책을 읽으며 사색의 시간을 마련해보자. 안녕한 삶의 비밀은 ‘나’에게 있다. 모두가 안녕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값 9500원)
윤희정 / 광주광역시 풍암동 열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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