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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연구 중 하늘로 간 아빠… 기억 돌려주고 싶어”
이사람-‘제자 허준’ 기리는 장학회 추진 안규석 경희대 한의대 교수
2014년 03월 20일 () 11:35:12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1990년대 중반 서울 하나한방병원에서 메르디안, 홍채진단기 연구 중 갑작스레 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고 3년여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故 허준(1997년 작고 당시 35세·경희대 한의과 81학번) 선생을 기리는 행사가 6월 26일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고인의 후배인 경희대 차웅석 교수가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내던 중 유족들과 연락이 닿아 그의 딸인 허단 씨가 2013년에 미국 스탠포드대학 뉴로사이언스 학부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를 안 허준 선생의 지도교수였던 경희대 안규석(65) 교수와 81학번 동기회는 ‘(가칭)허단 장학회’를 구성해 후원의 밤 행사를 열기로 했다. ‘허단장학회’의 회장을 맡은 안규석 교수를 만나 장학회와 허준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딸 허단 씨 스탠포드大 입학 계기 동문-지인 뜻 모아 후원의 밤 행사


   
◇제자 허준을 기리고 딸아이에게 아빠의 기억을 돌려주고 싶다는 안규석 교수. <김춘호 기자>
▶故 허준 선생과의 인연을 말해 달라.
1985년 8월 경희대 부임 당시 본과 1,2학년을 동시에 맡아서 강의를 했다. 제자였던 허준은 본과 2학년이었다. 그 만남으로 연이 시작됐고 허준이 졸업 후 석·박사 과정을 밟을 때 지도교수로 만남을 이어갔다.
학술연구도 성실히 하고 임상에도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 내심 학교에 남아있기를 원했지만 학위 취득 후 하나한방병원으로 갔다.
기억으로는 당시 한의학의 객관화를 위해 진단학기기를 연구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 연구 뿐 아니라 진료도 같이 진행했었다. 잠이 부족할 정도로 연구에 몰입해 주변사람들이 건강 좀 챙기라고 걱정도 했지만 워낙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제자였다. 주로 메르디안과 홍채진단지를 연구했는데 이 기기를 한의사들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해보려는 욕심에 건강을 챙기지 못한 것 같다.
제자가 열심히 연구에 몰두해 있는 모습을 보면서 1996~97년 연구년을 신청하고 미국 자매학교인 Mercy College로 갔다. 거기서 제자의 비보를 듣게 됐다. 

▶제자 허준은 어떤 인물이었나.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힘들지만 아주 학구적이고 명철하고 예의도 바르고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어떻게 임상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욕심이 많은 제자였다. 배우자도 한의사였다. 이영빈(경희대 한의과 83학번·현 미국 뉴저지함소아한의원 원장) 한의사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딸 하나를 뒀다. 

▶딸 허단 씨의 스탠포드 입학 소식은 어떻게 접했나.
경희대 차웅석(의사학교실) 교수가 2013년 연구년을 맞아 미국으로 갔을 때 유족들과 연락이 닿았다. 차 교수는 고인에게 병리학을 배운 후배이기도 하다.
차 교수의 말을 빌리면 “허준 선생의 강의는 굉장히 열성적이라 인상적이었다. 졸업 후 조교생활을 하던 중 부고를 접해 안타까웠다. 허준 선생의 모습을 빼다 닮은 딸아이는 정작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던 상태이고 아빠를 돌려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했다.
차 교수가 귀국 후 직접 찾아와 딸아이에게 아빠의 기억을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제안을 해 반가운 마음에 허락하고 81학번 몇 명과 함께 ‘(가칭)허단장학회’를 구성해 회장을 맡게 됐다. 오는 6월 후원의 밤을 열 계획이다.  

   
◇생존 당시의 허준 선생과 딸 허단의 모습.
▶허단장학회 후원의 밤에 대해 말해 달라.
제자 허준을 기리는 목적이 가장 크다. 그리고 딸아이에게 아버지가 이런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또 허준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했던 시간을 기억하게 하고 싶다.
많은 액수를 후원해주기보다는 많은 인원이 후원에 참여하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단순히 돈을 많이 모으자는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추억을 살리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장학회 설립 모임에서는 “당시 골수이식을 부탁하러 선후배들을 찾아 백방으로 돌아다녔지만 결국 허무하게 가버렸고 가족들도 미국으로 가서 오래도록 가슴에 묻고 있었다”, “그때 딸아이를 보면서 가슴이 철렁했던 기분을 잊을 수 없는데 어느덧 장성해서 대학을 갔다고 하니 뭐라도 해줄 수 있다면 죽은 허준을 나중에 만나더라도 미안하지 않을 것 같다”는 등 참석자들의 회고가 있었다.
또 이 장학회가 허단 한 사람을 지원하는 의미도 있지만 더 나아가 한의학이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소식을 전해줌으로써 훌륭한 인재들이나 연구자들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후원의 밤 행사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우선 후원계좌로 지원을 받고 이메일로 함께 했던 추억 속 이야기나 사진을 받아서 가족들에게 대신 전달할 예정이다. 허준을 기억하는 동기나 지인들께서는 함께 했던 시절의 에피소드나 사진 등이 있으면 차웅석 교수의 이메일(chawung@ khu.ac.kr)로 전송해줬으면 한다. 후원의 밤에 소중한 자료로 쓰일 것이다. 
허단 씨 모녀도 이 자리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면을 통해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해 달라.
딸인 허단 씨가 당시 다섯살 정도였으니 아버지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훌륭한 사람이었고 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또 아버지가 사랑했던 한의학을 기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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