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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병 시평] 경혈은 존재한다
2014년 07월 24일 () 09:30:00 채윤병 mjmedi@mjmedi.com
   

채 윤 병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경혈학교실 교수

항상 열린 생각과 후학들에게 고민해야 할 화두를 던져주시던 김기왕 교수님의 “혈위의 정의, 이제는 바꿔야 할 때”를 읽고, 경혈학 전공자로서 “경혈의 정의는 침을 시술하여 임상적 유효성을 보이는 인체의 모든 부위”라고 답변 드리고 싶고, 경혈의 임상적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시평으로 적어 봅니다.

몇 해전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 사무국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중국의 침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인체 361개의 경혈의 위치를 정하여, 이를 표준안으로 하여 경혈을 취혈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이는 신체 체표의 해부학적 지표에 기반하여 기술하여 누가 취혈하더라도 동일한 곳에서 취혈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고전의학에서 경혈에 대한 기술은 단순한 길이의 등분을 통한 취혈이 아니라, 인체의 표면에서 골격, 근육의 함요처 및 신경, 혈관 등 반응점을 기반으로 의사의 손을 이용하여 촉지하며 찾아가는 방식에 가깝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특정부위의 병변과 체표 특정 부위 반응점 사이의 연계성을 경락이론으로 설명하고, 경락이론은 침 치료에서 특정 질병을 치료할 때 선혈의 기준이 된다. 그러나, 올바른 경혈 취혈은 손으로 느껴가며 체득하는 과정으로 단순한 글로 그 정수를 전달하기 어렵고, 이러한 경혈 및 경락의 특성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해 내기는 쉽지 않다.

“경혈은 침을 시술하여 임상적 유효성을 보이는 인체의 모든 부위이다”
현대 과학적으로 경혈의 특성을 밝히고자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첫째, 인체 체표상의 특정 부위에서 전기저항이 낮다 혹은 결합 조직이 많이 분포한다는 인체의 물리학적 및 해부학적 특성을 통해 경혈의 특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재현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여전히 있고, 각 경혈 마다 서로 다른 특성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둘째, 특정 경혈을 자극하는 경우 해당 경혈의 작용과 관련된 뇌의 특정 부위의 기능적 활성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통해 경혈의 특이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 또한 같은 경락의 2개의 경혈, 혹은 서로 다른 경락의 경혈, 심지어 비경혈의 경우에도 뇌의 통증 조절 관련 영역을 공통적으로 활성화하는 특성을 보여 경혈의 특이성을 설명한다기 보다는 모든 경혈이 갖고 있는 공통적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한의학 전공자 중에서도 경혈이나 경락은 없다고 섣불리 이야기하기까지 한다. 그러면 과연 경혈의 특이성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경혈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무조건 믿고 암기하기 위한 것도 현대 과학자가 연구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침 시술을 통해 환자의 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경혈의 정의는 침을 시술하여 임상적 유효성을 보이는 인체의 모든 부위이다. 따라서, 침 시술을 통하여 임상적 효과를 보일 수 있다면, 이는 기존의 361개의 경혈에 속하지 않더라도 당당히 경혈학 교과서 안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며, 그렇지 못한 것이라면 방출되는 것이 마땅하다. 침 치료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수 많은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여전히 많은 연구에서 침 치료가 플라시보에 비해 효과적이다 혹은 그렇지 못하다라는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연구에서는 몇 개의 최적화된 경혈 조합의 침구치료법이 근거중심의학의 측면에서 유효성을 지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만을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특정 질환에서 어떤 경혈의 조합이 가장 효과적인지는 직접적으로 알 수 없다. 임상에서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어떤 질환에 어떤 경혈이 가장 효과적이냐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임상시험을 통해서 모든 경혈의 조합을 비교하여 평가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한의원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임상 케이스들의 결과가 쌓여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하나로 모을 수 있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굳이 수많은 돈을 들여 임상시험을 하지 않더라도, 경혈의 특이성 원래의 의미인 특정 질환에 특정 경혈을 사용한다는 임상적 유효성을 기반한 경혈의 특이성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경혈은 침 시술을 통해 임상적 유효성을 보이는 부위라고 정의할 때, 경혈이나 경락이 없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더 이상 침을 들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혈의 임상적 유효성 평가를 위한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이 필요
고전 문헌에서 쓰여진 경혈의 주치 증상에 대한 정보는 우리에게 선인들의 경험을 남겨준 보배와 같다. 어떻게 보면 후인들은 경험해 보지 않는 정보를 쉽게 얻어 체험해 볼 수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그 의학적 가치를 확인하지도 못하고 선인의 잘못을 답습하기만 할 수 도 있다.

현재까지의 경락이론 및 경혈에 관한 고전문헌의 가치들은 지금 현재 침을 사용하여 효과를 보여주고자 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이 불변의 진리라기 보다는 임상적 효용성에 기반하여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침구의학이 고전의 틀 속에 박혀 박제된 의학이 아니라, 현대사회 속에 살아 숨쉬기 위해서는 그 의학적 가치를 평가 받는데 있어서 당당히 맞서야 한다.

침 시술에 대한 임상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가 필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혈의 임상적 유효성을 평가하는 새로운 연구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한의사들이 어느 누가 침 잘 가르쳐 준다더라 하며 쫓아다니며 비싼 수강료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명확한 임상적 근거를 기반으로 현재 최선의 침 치료법을 시술하였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많은 한의사들이 함께 노력하여 체계화된 침구 치료 임상 데이터를 모아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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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왕
(117.XXX.XXX.196)
2014-07-25 08:21:16
1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지난 시평 쓸 때는 그냥 '허공의 외침'으로 끝나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이렇게 즉각적이고 분명한 응답이 학계에서 나왔군요. 많이 반가웠습니다. 경혈학, 침구의학 교과서에도 경혈의 새로운 정의가 반영되면 좋겠습니다.
김기왕
(117.XXX.XXX.196)
2014-07-25 08:19:53
1
생산적 논의가 되었습니다
김기왕
(117.XXX.XXX.196)
2014-07-25 08:18:23
1
생산적 논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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