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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병 시평] 한의학, 코리안 드림을 만들 수 있나?
2014년 10월 23일 () 09:13:13 채윤병 mjmedi@mjmedi.com
   

채 윤 병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경혈학교실 교수

얼마 전 청색 LED를 개발해 상용화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어려운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동기를 “분노 외에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1993년 처음 개발 당시 일본에서 불과 2만엔의 보상금밖에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노예 나카무라’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결국 그는 연공서열이나 연구경력 등을 중시하는 일본 사회의 속박을 벗어나, “재패니스 드림은 없다”며 조국을 등지고 2000년 미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누군가 한의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찌 씨뿌리고 밭갈지도 않고 열매를 딸 생각만 하느냐라고 책하고 싶다. 현재 한의학 분야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그들의 연구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코리안 드림을 꿈꿀 수 있는가?

한의학 분야 우수 인재의 발굴 및 양성은 일차적으로 한의과대학 대학원과정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학교의 일부 지원을 통해, 학비와 일부의 생활비 수준으로 학업과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환경이다. 한의학을 전공하고 연구를 위해 학교에 남아 연구활동을 한다는 것은 물론 개인의 선택이지만, 금전적인 면에서는 개인에게 큰 짐으로 남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본질적으로 우수한 인재가 한의학 연구를 안정적으로 잘 해나갈 수 없는 구조이다. 물론 예전의 열악한 환경에서 점차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명분만으로 청춘을 바쳐 마음껏 한의학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상황은 되지 못하고 있다. 민족의학신문 ‘한의학 미래를 짊어질 젊은 연구자들’편을 보더라도 한의학을 전공하고 한의과대학 기초교실 뿐만 아니라, 국내 대학원과정, 해외 대학원과정을 통해 기초과학 및 관련 학문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한의학이 타학문 분야와 자연스럽게 소통이 되고, 분명 이들은 미래의 한의계의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을 그들 개인의 부담으로 지우기에는 그 짐이 너무 버겁다. 한의계의 우수 인재들이 한의학 연구를 위한 기초학문을 하는 경우, 협회나 학회 차원에서 학문분야를 막론하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난달 한의약 세계 진출의 결의를 다지고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한의약 세계화 비전 선포식’이 개최되어, 한의약 고유가치 극대화, 한의약의 해외진출 확대, 한의약 세계화 인프라 구축의 3대 핵심 전략을 제안했다. 한의약 세계화를 위한 큰 꿈을 꾸는 것은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 내부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해외 우수 연구기관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이들이 많이 있지만, 한의학계에서는 그들에게 ‘무관심’이라는 또 다른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 이들은 세계 속에서 한의학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면 결국 한의약 세계화 인프라 구축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인 지원은 없더라도 작은 관심을 가져주기만 하더라도 그들의 마음속에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미 구성된 우수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어떻게 발굴하고 지원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많은 이들이 걸어가고 싶은 길을 만드는 지를 결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계 우수 인재를 발굴, 육성,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 한의학을 연구하기 척박한 환경 속에 “코리안 드림은 없다”며 한국을 떠나는 사람에게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겠는가? 한의학 미래를 위한 좋은 씨앗을 뿌리고 거름 주고 정성껏 가꾸고 나서야, 먼 훗날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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