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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시평] 무엇이 한방화장품인가?
2014년 11월 06일 () 09:44:07 김윤경 mjmedi@mjmedi.com

   

 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의사

한방화장품의 활약이 눈부시다.
198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한방화장품은 2000년대 들어 웰빙, 자연주의 트렌드와 맞물려 급격한 관심을 받고 전체 화장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대 상반기 2% 대에서 현재의 20% 대로 급성장해왔다. 2010년 국내 화장품 생산실적에서 한방화장품은 전체 화장품 시장의 23.6%를 차지하는 1조3642억원 규모로 성장하였고 상위 20개 품목 가운데 12개 품목을 차지하여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한방화장품이었다. 당장 떠올려도 각 브랜드에서 설화수, 후, 수려한, 한율, 한방샴푸 려 등 수많은 한방화장품 브랜드와 광고들이 생각난다.

2013년 국내 화장품 생산실적은 7조9000억원으로 2012년보다 12%나 증가하였고 해외수출실적은 12억8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20% 이상이 상승하였다고 한다. 화장품 산업의 무역수지는 2012년부터 흑자로 돌아섰으며 2013년에는 중화권의 한국드라마 열풍과 함께 2012년보다 흑자가 3배 이상 증가하였다. 한방화장품도 지금까지 매년 10~20% 대 성장을 하고 있으며 해외수출 호조에 힘입어 향후에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정부에서도 창조경제를 이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화장품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화장품 산업은 의약품 개발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이 가능하여 연구개발에 의하여 고부가가치의 창출이 가능한 첨단미래형 산업이며 기술적으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융복합기술이 요구되는 한편 문화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선진국형 산업이라는 것이다.
한의약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방화장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며 국가 산업 발전과 국익창출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한방화장품이 범람하다보니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다고 한방화장품을 선호하는 사람들 외에도 한방화장품이 도대체 뭔지, 비싸기만 하고 뭐가 얼마나 들었는지 모르겠다든가 과연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과 불만을 들어본 바 있다. 또한 2012년 영국 오가닉 모니터사는 아시아의 천연 화장품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인증기준이 없고 잘못된 마케팅정보가 범람하는 것을 지적한 바 있기도 하다.

2000년 제정된 화장품법 제2조에는 ‘“화장품”이라 함은 인체를 청결 미화하여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 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하여 인체에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을 말한다. 다만 약사법 제2조 4항의 의약품에 해당하는 물품은 제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우리나라 화장품법에는 일반,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기준만 있을 뿐 유기농 화장품이나 한방화장품에 대한 정의나 기준은 없다.

다만 식약처에서는 2012년부터 [한방화장품 표시 광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였는데 한방화장품의 정의를 ‘<대한약전>,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 및 <기존 한약서에 대한 잠정규정(방약합편,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광제비급, 제중신편, 동의수세보원, 경악전서, 의학입문, 수세보원, 본초강목)>에 따른 기존 한약서에 수재된 생약 또는 한약재를 일정기준 이상 제조시 사용한 화장품’이라고 정의하고 그 기준으로는 화장품 내용량(중량 100g 또는 용량 100ml) 중 함유된 모든 한방성분을 원재료로 환산하여 합산한 중량이 1mg 이상인 경우에 한하여 한방화장품 등으로 표시, 광고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것을 풀어서 말한다면 감초 100g을 물 900g에 넣고 추출한 원료 1kg(원초 대비 10%)를 화장품 100g을 만드는데 0.01g 넣었다면 감초 0.001g(=1mg, 0.001%)을 포함하는 ‘한방화장품’이라고 표시하고 광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100g의 감초추출물로는 100g 짜리 한방화장품 제품을 10만 개 만들 수 있다.

같은 식약처에서 2010년 만든 [유기농 화장품 표시 광고 가이드라인]을 보면 12조 유기농화장품의 구성성분기준에 내용물의 전체 구성성분 중 95% 이상이 합성원료를 제외한 제4조 원료(식물, 동물, 해조류, 광물 등의 천연원료)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 구성성분에서 10% 이상이 유기농 원료로 구성되어 있거나 또는 물과 소금을 제외한 내용물의 전체 구성성분 중 70% 이상이 유기농 원료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합성원료는 원칙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 다만, 소비자 안전과 제품의 안정성을 위해 필요하나 따로 자연에서 대체하기 곤란한 [별표3]의 원료에 한하여 5% 이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14조 표시광고기준 2항에서는 유기농 화장품은 용기 또는 포장에 전체 구성성분 중 유기농 원료의 함량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으며 3항에는 제품명에 유기농을 표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유기농 원료가 물과 소금을 제외한 전체구성성분 중 95% 이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제조시 허용되는 공정과 금지되는 공정, 허용되는 합성원료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앞서의 한방화장품 표시광고 가이드라인과 비교해 봤을 때 매우 다르지 않은가? 한방화장품 가이드라인 상으로는 알로에나 박하를 100g 중 1mg만 넣어도 한방화장품이라니 한방화장품이 아니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한방화장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이 기준을 알게 될까봐 겁나며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불현듯 스쳐지나간다.

해외에는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인증기관이 있다. 알려진 유기농 인증기관에는 ECOCERT(에코서트), cosmebio(코스메비오), USDA organic, 독일의 BDIH, 이탈리아의 ICEA 등이 있다. 이런 전통은 이미 유럽지역에서 40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많은 유기농 회사들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하여 미국과 유럽에서도 유기농화장품이 연 20% 이상의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의 한방화장품은 명확한 정의나 법적 근거가 없어 중화권이 아닌 서구권으로의 수출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의 규정은 유기농 화장품의 기준은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하도록 엄격한 기준으로 잡고 한방화장품은 최대한 느슨하게 잡아서 활성화시키고 해외수출을 촉진시키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듯하다. 아니면 한방은 애매모호해도 된다는 생각인 것일까?

그러나 창조경제를 이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화장품산업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유기농화장품처럼 고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수준으로 하루바삐 관련 기준을 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한방화장품으로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관련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을 기대할 수 없다면 함량을 표시하지도 않는 한방화장품의 실체가 알려지는 순간 지금의 인기가 한순간에 꺼지지나 않을지 두렵다. 다시 예전처럼 미국과 유럽의 유기농화장품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한방화장품에 대한 실망이 다시 한방에 대한 실망으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도 두렵다. ‘한방’을 관리해야 할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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