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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빠를 내놓겠습니다!”
영화읽기 |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2015년 01월 01일 () 10:53:43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2014년 한국영화계는 예년과 달리 블록버스터의 상업영화와 애니메이션, 다양성영화 등이 골고루 사랑을 받은 한 해이다. 특히 한국영화 최다관객기록을 세운 ‘명량’뿐만 아니라 다양성 영화 최다관객 기록을 매일 갈아치우고 있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와 최근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가 출연한 ‘한공주’ 등 저예산 한국영화들이 큰 사랑을 받으며 2015년 한국영화계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또한 2014년 한국영화 하반기의 키워드가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이전의 영화들이 가부장적인 아버지나 가장의 지위를 실추한 힘없고 소외된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점차 아버지가 가족 속에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라는 독특한 제목의 영화 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인 영화이다.
   
감독 : 김덕수
출연 : 김상경, 문정희, 최다인, 채정안, 조재윤, 방민아

서울대 출신이지만 하는 일 마다 실패하며, 10년째 백수 생활 중인 태만(김상경)은 생활력 강한 아내 지수(문정희)에게 잔소리만 듣고, 이를 보다 못한 딸 아영(최다인)은 학교 나눔의 날에 아빠를 내놓겠다는 폭탄 선언을 한다. 당황한 태만은 가려고 하지만 같은 반 친구인 진태가 그를 놓지 않고, 결국 진태의 아빠 역할을 해주게 된다. 그 날 이후 태만의 핸드폰으로 아빠가 되어 달라는 연락이 오고, 다른 아빠들처럼 일했으면 좋겠다는 딸의 부탁에 아내 몰래 절친 승일(조재윤)과 함께 아빠 렌탈 사업을 시작한다.

홍부용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아빠 렌탈’이라는 기발한 소재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는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아빠의 역할을 다루고 있어 약간 진부함이 느껴진다. 다만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일 수도 있는 것이 아빠의 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아빠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현실이기에 밋밋한 설정이지만 가슴에 팍 와 닿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절대 악한 사람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가짜 아빠를 통해 치유해 나가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착한 영화이다. 그래서 여느 영화들처럼 극적인 긴장감이나 막장 요소가 극에 달하지 못해 관객들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극 후반으로 갈수록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 편의 동화를 보듯이 어린이들과 함께 본다면 감상 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이다.

최근 TV 드라마를 통해 코믹 연기를 제대로 선보이고 있는 김상경과 강인한 엄마역의 적임자인 문정희가 부부로 등장하면서 재미있는 일상을 보여주고 있고, 걸그룹 걸스데이의 민아가 노래와 연기를 함께 선보이는 등 누구 하나 튀는 역할 없이 모든 배우들이 잘 버무려져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비록 개봉 흥행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요즘 같은 연말연시에 가족들과 함께 감상한다면 가족이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5년은 힘차고 모두 대박 나는 해가 될 수 있도록 기원해 본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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