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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버림받은 노인, 노인에게 웃음 파는 가장
영화읽기 | 약장수
2015년 06월 04일 () 14:28:19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감독 : 조치언
출연 : 김인권, 박철민, 이주실


10여년 전, 길에서 공짜로 뭔가를 준다는 얘기를 듣고 20여분 동안 이상한 홍보 영상을 봤던 기억이 있다. 조작한 것이 완전 티 나는 조잡한 홍보영상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건강보조제를 판매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분명 그 물건이 정상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필자처럼 공짜로 물건 얻으러 왔던 몇몇 사람들이 결국 그 물건들을 사는 것을 보고 그들의 영업능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현대판 약장수들과의 첫 만남이었다.

대리운전, 일용직 등을 전전하던 일범(김인권)은 아픈 딸의 치료비를 위해 어머니들에게 각종 건강식품과 생활용품을 파는 홍보관 ‘떴다방’에 취직하게 된다. 홍보관 점장 철중(박철민)은 “우리가 자식보다 낫다”며 당장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목숨 걸고 팔라고 하고, 그의 말처럼 오히려 즐거워하는 어머니들을 보며 일범 역시 보람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차에 일범은 검사 아들을 뒀지만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홀로 외로이 노년을 보내던 옥님(이주실)과 만나게 된다.

‘어벤져스’라는 엄청난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될 때 함께 개봉하여 제대로 된 주목 한 번 받지 못했던 말 그대로 작은 영화인 <약장수>는 지금도 계속해서 뉴스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현대판 약장수, 즉 홍보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홍보관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양념 같은 소재로 사용되기만 했지 주된 공간으로 등장한 적이 없었고, 항상 매번 뉴스에 가해자로 등장하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직업이기에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기에는 약간 부적절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약장수>는 이런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역발상으로 그리면서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흔히 색안경을 끼고 안 좋게 보기만 했던 홍보관 직원들의 모습을 김인권의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면서 가족을 위해 일하는 생활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돈 앞에 장사가 없기 때문에 그들이 본색을 드러내는 장면도 있어 중립적인 시각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며, 단순히 피해자로만 비쳐지던 할머니들의 모습 또한 다시 바라보게 해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할머니와 아들, 며느리 등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한다.

<약장수>는 영화적 기교보다는 진실에 더 초점을 맞추고, 꼼꼼한 조사를 한 것이 보일 정도로 매우 사실적이다. 특히 세트가 아닌 실제 홍보관에서 촬영했다는 것과 점장으로 출연하는 박철민의 경우 실제 홍보관 직원이 아닌가라는 오해를 할 정도로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이자 가족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여타의 영화들과 비슷한 전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자식에게 버림받은 노인과 어린 자식을 살리기 위해 노인에게 웃음을 파는 가장의 이야기를 통해 현 사회에서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그래서 영화를 다보고 나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자 포스터 사진이기도 한 김인권이 여자 한복을 입고 웃고 있는 장면이 꽤나 슬프게 느껴진다. 극중 어머니가 아들에게 2시간만 놀아달라고 하는 대사에 나타나 있듯이 가정의 달인 5월만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1년 365일 부모님께 전화 드리고, 찾아뵈면서 안부를 여쭙는 것이 우리 자식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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