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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가 아닌 기자가 되기 위한 고군분투
영화 읽기 |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2015년 12월 17일 () 09:45:56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감독 : 정기훈
출연 : 정재영, 박보영, 오달수, 배성우, 윤균상, 진경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면서 영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증가하게 되었다. 당시 영화과 입시지도를 하고 있던 필자가 학생들에게 수없이 외쳤던 단어가 바로 ‘열정’이었다.

왜냐하면 영화는 외면적으로는 매우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 일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힘들기 때문에 정말 영화에 대한 엄청난 열정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했었던 것인데 최근에는 ‘열정’이라는 단어가 취업준비생들의 발목을 잡는 부정적인 단어로도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 약간 씁쓸함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취업준비생들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젊은 세대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열정’만으로 그들의 삶을 착취한다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악행이기에 빨리 사라져야할 관행이다. 이런 취업준비생들이 가까스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겪는 사회 적응기를 다루고 있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최근 이슈와 맞물리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또한 실제 기자 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지난 주에 소개했던 ‘특종 : 량첸 살인기’에 이어 기자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면서 연예계 특종 기사의 이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취업만 하면 인생을 제대로 즐기리라 생각한 햇병아리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박보영)는 첫 출근부터 따뜻한 말 한마디 대신 찰진 욕을 해대는 부장 하재관(정재영)의 집중 타깃이 되어 본격적으로 털리게 된다. 그러다가 도라희는 한류스타 우지한(윤균상)을 취재하게 되고, 그와 기획사 대표(진경) 사이의 갈등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버럭 소리만 지르는 것 같이 보이지만 동료들에 대한 생각이 끔찍한 부장 역의 정재영과 사회 초년생들의 어리바리한 모습을 귀엽게 연기한 박보영의 케미가 남다른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비록 신문사를 배경으로 있으나 어느 직장에서도 충분히 일어남직한 일들을 그리면서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일을 배우기 위해 상사에게 혼나는 것을 밥 먹듯 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도라희 기자와 달리 녹록지 않은 사회에서 견디지 못하고 쉽게 포기해 버리는 같은 신문사 수습 기자들을 통해 쉽게 포기해 버리는 최근 우리나라 20대들의 또 다른 모습을 대변하면서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회초년생이 단순히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만을 그리지 않고, 주인공이 쓰레기와 기자의 합성어인 ‘기레기’가 아닌 진실을 전하는 진정한 기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주되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초반부에 보여줬던 영화의 에너지를 다 소모시키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걱정이라는 연예인에 대한 걱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가 애매모호해 진다.

물론 연예계에 팽배한 부조리와 비리를 전하고자 한 의도는 읽을 수 있지만 그냥 정재영과 박보영의 티격태격하는 모습만을 그려도 충분했을 이야기에 뭔가 진지한 메시지를 전하려다가 끝맺음 자체가 아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비록 우리 사회가 열정만으로는 일하기 힘든 사회가 되기는 했지만 문득 일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을 때 다시 일깨워주는 것은 ‘열정’밖에는 없는 것 같다. 다가오는 2016년에는 일뿐만 아니라 모든 삶에서 자신만의 열정을 태울 수 있는 자세를 갖기를 기원해 본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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