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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한의학을 빛낸 인물16] 松齋 李鍾馨(下)
2003년 12월 05일 () 14:04:00 webmaster@mjmedi.com
   
 
인간을 至善의 太極으로 만드는 것이 한의학


지금까지 한방진단명 및 용어를 정리하는 작업은 한의계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방병명의 정리작업은 1973년 한국질병사인분류에 ‘한국질병사인분류를 사용하기 위한 한의분류표’형태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이때 경희대 한의대 교수로 있던 이종형 교수가 중심이 되어 대한한의사협회와 함께 제정한 것이다.

당시 그는 “한의학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표준으로 쓸만한 병명이 제정돼 있지 않아 학문적 발전이 지연됐다. 한의학의 특징을 발현하지 못하고 西의 병명을 끌어다 사용하는 것은 한의학의 올바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이 공용어를 토대로 한의학의 내용이 표준화되어 전반에 걸쳐 체제가 조리있게 정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학문발전에 파벌은 있을 수 없어

경희대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한 이종형 선생은 대전대를 거쳐 동국대 한의대 교수로 정년퇴임했다.

병원장으로 한방병원을 이끄는 역할을 병행하기도 했던 그는 특히 정년퇴임 후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던 작년까지 임상강의를 쉬지 않았다.

매주 목요일 자신의 한의원으로 찾아오는 한의사에게 한의학을 가르쳤는데 강의비도 받지 않았다.

그는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는 것은 당연지사”라면서 “학생들이 가르친대로 임상에서 열심히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요”라고 말했다.

강사의 격조와 위상을 결부시키고, 강의비가 싸면 수강생들이 모이지 않는다 하여 날로 높아지는 요즘 강의비를 생각하면 고개가 숙여진다.

마지막까지 강의를 들었던 이정용(서울 이정용한의원·상지대 겸임교수) 씨는 “선생님은 의학입문·황제내경에 입각한 정통한의학의 원리를 수강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양방적인 설명과 곁들여 강의하셨는데 그 이치를 너무나 선명하게 밝혀주셨다”면서 “한번도 화를 내시는 법을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자상하게 강의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강의비를 전혀 받지 않으시고, 학연이나 지연 등으로 학문을 전수하려는 세태도 극히 싫어하셔서 배움을 구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언제나 평등하게 가르침을 주셨다”고 말했다.

□ 한의학의 정통을 이어

이종형 선생은 한의학의 뿌리인 황제내경, 의학입문, 동의보감을 거의 암송해 이를 임상에 활용했다.

그는 “한의학은 자연과 하나다”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안에서 한의학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그리고 미래의 한의학의 나가야 할 방향을 풀어갔다.

“한의학의 기본원리는 동양의 우주원리에 있다. 이 우주의 생성과 진화과정은 무극 태소 태극으로 이루어지는데, 인간도 동물, 나무, 바위, 물처럼 모두 한 태극체이다. 인간은 ‘至善의 太極’으로써 우리(한의사)의 임무는 사람을 지선의 태극으로 살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의학의 판단 방법은 ‘性·氣·理’에 묘법이 있다. 이 우주 속 만물은 性·氣·理의 원리로 살아가는 태극체이고 한의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진찰의 목표가 바로 이 性·氣·理의 현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관찰하기 위해 陰陽, 虛實, 寒熱, 表裏를 살핀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가장 기본이 되는 판단방법이 바로 陰陽이론이다.
음양에는 相對性, 相補性, 分容性 同根性, 輪廻性 등 다섯가지 개념이 있으며, 이 개념파악을 다 할 수 있어야 음양의 본뜻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고, 모든 한의학도 이러한 음양개념을 통해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학입문’, 어렵다고 피할 수 없어

그는 특히 이러한 동양적 사고관에 기반을 둔 한의학이 담겨 있는 것이 ‘의학입문’이라고 강조했다.

“언제나 학생들은 공부법을 묻지요. 하지만 그 물음 뒤에는 ‘어떻게 하면 빨리 임상에서 써먹을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깔려있어요”라며 “학문에 왕도가 있겠습니까? 차근차근히 쌓아간다는 마음이 중요하죠”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학문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면, 먼저 해야 할 것이 ‘의학입문’이라는 것이다.

의학입문은 한의학의 원리가 그대로 있는 철학·문학서이기 때문에, 이를 먼저 공부하는 것이 바로 ‘요령’이란다.

“의학입문, 어렵죠. 서양적 사고관에 길들여 있는 요즘사람들에게는 특히나 그렇죠. 저도 갈등을 겪으면서 한의학을 포기할까하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라면서 “하지만 의학입문을 하고 동의보감을 공부하는 것이 어려운 한의학을 쉽게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부드럽게 웃는 그의 말끝에서 “정도에 준하는 공부에 충실하라”는 엄한 가르침이 배어난다.

애초에 한의학은 자연과 하나이기 때문에 소멸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의학 자체의 역사에도 음양이 있죠. 실력, 자질, 노력 등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많습니다”라며 당부의 말을 이었다.

몇해 전 한적한 경기 구리시 인창동 현재의 집으로 옮긴 그는 아내(김혜영·68)와 인근에 4천평 규모의 밭에서 한약재를 재배했다. 지난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강의와 진료를 접고 晴崗醫鑑을 개정하는데만 전념하고 있다.

슬하에 6남매를 두었고, 사위인 한의사 이준우(45) 씨가 이문동의 보인한의원을 잇고 있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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