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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한의사 팀닥터들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 만들고 싶어”
인터뷰 :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박지훈 의무이사
2017년 06월 22일 () 06:44:42 전예진 기자 hustlejin@mjmedi.com

 

운동 좋아했지만 체육인 아닌 탓에 이방인 취급…태극마크 동경에 팀닥터 관심
현장에서 선수와 팀닥터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분발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스포츠 중계를 보다보면 벤치 쪽에 선수도 감독도 아닌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전타임이 되면 선수들의 몸을 마사지 해주거나, 아이싱(얼음찜질)을 해주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 정체는 바로 팀닥터다. 선수들의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고, 시합 기간 내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숨은 조력자’다. 각종 스포츠 현장에서 팀닥터로 활동하고 있는 박지훈 한의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원내 장식되어 있는 국가대표 싸인 유니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지훈 의무이사.


▶언제부터 팀닥터 활동을 해왔고 스포츠한의학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 때 도민체전에 참가하기 위해 태권도 체급 대표 선발전에 나갔는데 보기 좋게 떨어진 일이 있다. 같은 해에, 지금은 광주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친구와 함께 국기원 사범 연수를 신청했었다. 당시 같은 4단이었는데 체대생인 친구만 등록이 되고, 난 연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운동을 좋아하긴 해도 체육인이 아닌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후 한의사 팀닥터 선배님들의 활약을 접하고서, 운동선수로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어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 수 있겠다는 동경이 생겨 팀닥터에 관심을 갖게 됐다. 팀닥터 활동 중이던 한의사 선배들을 찾아뵙고 얻은 조언이 “병원수련 마치고 오라”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문의가 됐다. 병원서 수련의 과정을 밟는 중에 수강했던 대한스포츠한의학회의 15기 팀닥터프로그램의 도움을 크게 받았고 개원을 하면서 스포츠한의학회 활동을 시작했다.


▶스포츠한의학이 유독 배구 종목과 인연이 깊어 보이는데 배구 외에도 어느 종목 지원을 나가는지 궁금하다. 
배구 종목에 한의사 팀닥터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까닭은 배구선수 출신으로 한의사가 되신 송기산(충신한의원) 고문님이 배구계에 처음 의무분과위원회를 조직해 열성으로 봉사해 오신 덕택이다. 이후 장병수(인창한의원) 명예위원장, 하상철(유니드한의원) 위원장께서 의사, 한의사, 물리치료사로 구성된 의무위원회를 이끌며 다양한 의료직군들 간의 소통 시스템을 만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는 2009년부터 3년간 아이스하키 U18 대표팀 팀닥터를 맡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배구의무위원회 소속으로 매년 활동을 해오고 있고, 2012년부터 종합격투기 링닥터를 나가고 있다. 2009년부터 매년 1-2회 씩은 팀닥터 출장을 가고 있으니, 한번 출장 기간이 10~15일인 것을 감안하면 짧게는 10일 길게는 한 달 정도 진료를 매년 쉬는 셈이다.

의무이사로 몸담고 있는 대한스포츠한의학회는 최근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2015년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2016년 청주국제무예마스터십대회 등에 꾸준히 의무지원을 해오고 있으며 그 노하우가 축적되어 왔다. 학회 안팎으로도 농구, 축구, 핸드볼, 배드민턴, 태권도, 야구 등 프로와 실업, 생활체육을 불문하고 다양한 종목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학회 차원에서는 여러 임원들이 수 년 째 이천 장애인선수촌의 모든 종목 선수들을 진료해오고 있다. 장애인 종목 의무지원의 연장으로 3년째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 숙소와 경기장 진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 현장에서 발휘되는 한의학만의 강점을 꼽는다면.
단연코 침치료라고 할 수 있겠다. 스포츠 현장에서 가장 흔한 부상은 인대의 염좌나 근육의 좌상인데 침으로 적절한 자극을 주고 탄력 테이핑으로 보조하는 방법을 가장 많이 활용한다. 필드에서 치료사와 트레이너가 사용해 온 물리치료, 마사지, 비탄력 테이핑 등의 방법에 한의학적 치료인 침, 뜸, 약침, 부항, 추나요법을 병행하면 훨씬 회복이 빠르다. 

과거 부상으로 인한 고질적인 만성 통증도 일반 환자들에 비하면, 운동선수들은 연령, 영양상태, 근육의 질, 기혈흐름이 모두 좋은 까닭으로 치료의 반응이 더 빨리 나타난다. 골절이나 인대파열의 경우는 시합에서 제외되고, 수술을 선택하거나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도 몸 상태에 맞는 한약을 함께 복용해서 수술회복기간이나 재활기간을 단축시켜 줄 수 있다. 선수들 대상으로의 한약과 관련해서는, 최근 한국도핑방지위원회와 협력하여 도핑과 한약을 주제로 한의사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기획하기도 했다. 


▶실제로 진료를 받는 선수들은 어떤 치료를 가장 선호하는지. 
간혹 침을 맞아 본적 없거나 침 치료에 두려움을 갖는 선수들은 대신 추나요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마사지 치료에 익숙해져 있는 선수들이 많아 몸에 손을 대는 치료를 쉽게 받아들여 근막을 이완하는 경근 추나요법이나, 척추와 사지의 관절들을 바로잡아 주는 관절 추나요법을 선호하는 선수들이 많다. 
 

▶ 해외 경기를 자주 다니다보면 외국인을 치료해주는 경우도 있다. 한의학을 처음 접해보는데 거부감은 없나. 
팀닥터로 외국을 나갈 때는 국가대표 선수단의 주치의 역할이기 때문에, 요청이 있다든지 하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외국 선수나 스텝을 치료할 일이 거의 없다. 다만, 인천아시아경기대회와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선수촌 외래 진료소를 운영했을 때 외국선수들이 의외로 많이 다양하게 찾아와준 경험이 있다. 특히 중동국가들은 한류 드라마 열풍으로 침 치료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미국이나 독일을 중심으로 침 치료가 세계적으로 많이 보급되어서인지 기존에 침 치료 경험이 있는 상태로 한의진료실을 방문한 외국선수도 적지 않았다. 수영황제 펠프스의 부항 사랑이 알려지고서는 국내외 선수들이 부항을 먼저 원하고 인증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스타 선수의 SNS가 한의학홍보에 크게 기여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의사가 현장에서 차별 받는 사례가 있었거나 혹은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국제시합에서 팀닥터로 활동할 때는 한의사라기보다는 국제연맹의 공인닥터로서 활동하기 때문에 의사, 한의사의 구분이 없다. 따라서 차별이라고 할 만한 것을 받아본 적이 없다. 다만 의료기사 지휘권이 없는 직능이다 보니 치료사들과의 업무관계에 있어서 의사들보다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같은 목표를 가진 한 팀 스태프로서 상호 존중과 신뢰가 기반이 된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리고 어느 종목에서나 경기인 비경기인의 장벽은 존재하는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팀닥터를 관심 갖는 한의사들은 우선 본인이 좋아하는 운동종목부터, 예를 들면 조기축구회, 배드민턴 동호회처럼 몸담고 있는 단체의 주치의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진정한 풀뿌리 스포츠한의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경기인 비경기인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무지원이나 진료를 해오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2009년 처음 아이스하키 U18 대표팀 팀닥터로 슬로베니아에 2주 출장을 갔을 때, 트레이너나 치료사 없이 의무팀이라고는 나 혼자였던지라 연습과 시합 전후 웜업, 스트레칭까지 도맡아 해야 했었다. 아이스링크 안에서는 코치가 훈련을, 팀닥터가 지상훈련을 시키는 시스템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 때 5전 전승으로 받은 값진 금메달이 지금껏 팀닥터를 이어가는 동력이 되었다. 최근 챔피언리그까지 올라간 시니어대표팀의 토종선수들 중에 그 당시 동고동락했던 선수들도 들어가 있다. 선수도 팀닥터도 스포츠계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분발하게 만드는 것 같다.

2011년 8월 일본과 폴란드에서 열린 여자그랑프리 출장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체력저하 때문에 링거액 맞추라는 감독님 지시에도 불구하고 팀닥터를 믿고 치료와 공진단으로 버텨냈던 주장 세터 선수가, 지금은 은퇴 후 배구 해설위원을 하고 있다. 힘들었지만 쿠바, 폴란드, 아르헨티나, 러시아를 상대로 4연승을 이어가며 이변이라 불렸던 대회여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러시아와의 5세트 접전 끝에 얻은 승리는 2004년 이후 7년만이었고 배구역사에 남게 된 선전이었다. 당시 러시아의 세계 랭킹은 5위, 한국은 18위였다. 좋았던 기억들 때문에 다음달에 있을 2017 불가리아-폴란드 여자그랑프리 출장이 기다려진다. 

2012년 종합격투기 시합 링닥터 중에 선수가 타격에 의한 외상으로 경막하출혈이 발생한 것을 잡아낸 경험이 있다. 현장에서 놓치고 병원 이송 않고 그냥 집으로 돌려보냈더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돌이켜 보면 만에 하나 잘못되어 시합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었다. 이후 탈구 정복 등 응급처치로 심판들로부터 가장 믿음직한 링닥터라는 호평을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대한스포츠한의학회의 역사가 30년이 넘었다. 여러 한의사 선배들이 음으로 양으로 일궈온 토양이 있었기에 지금처럼 다양한 종목에서 대표팀 팀닥터들이 활약하고 스포츠한의학이 꽃피웠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 밑거름이 되어 더 많은 스포츠현장에서 한의사 팀닥터들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현장 경험을 더 쌓아서 관련된 연구와 교육에 공헌하고 싶기도 하다. 개인의 힘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학회를 통해 능력 있는 한의사 선후배님들의 역량과 노하우를 모을 수 있다. 다양한 직군이 활약하는 스포츠 시장에서도 한의학과 한의사의 위상을 높이는데 대한스포츠한의학회의 일원으로서 계속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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