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韓昇璉은 비록 서양의학을 전공했지만 저명한 한의로서 명성을 떨쳤던 부친 韓昌律(1889∼1967)의 영향으로 동서의학비교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한창률은 호가 極齋로 원래 함경남도 영흥출신으로서, 1958년 한의사가 된 후 서울시 종로구 인의동에서 돈화한의원을 운영하였다. 한승련은 1986년 선친의 유고와 경험방을 모아 『(秘藏)極齋醫方集大成』이라는 서명으로 자신이 설립한 東西醫學硏究會에서 발행하였는데, 발간사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한방의학원론』

“…不肖子 일찍이 刀圭에 立志 西醫學을 전공하며 一方 先親에게 한의학의 기초이론과 임상에 대한 간곡한 지도와 감화를 받게 되었으며 이러한 가정환경은 본인으로 하여금 斯學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대학에서 한방후배들을 육성하게 되었으며 나아가서 東西兩醫學의 비교 연구에 부심하게 되었고 오늘날 遺稿出版의 숙명적 계기가 마련된 것이니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이상은 김남일, 근현대한의학인물, 한의신문 참조.)

한승련은 또 의사학자인 김두종과 함께 「우리나라의 疫病考」(1960)를 집필하였으며, 「근세조선의 의료보호사업과 救荒政策」(1961), 「동방의학에 있어서의 ‘홀몬’요법의 史的考察」(1961)과 같은 일련의 의학사 연구를 진행하였다. 나아가 그의 학문적 관심사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비교 고찰을 통한 동서의학 비교연구로 이어져, 뒷날 「한국의 東西醫學比較硏究 50年史」(1979)를 내기도 하였다.

본서의 구성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자면, 우선 총론에 이어 상편에서 우주, 천지, 음양, 오행에 대해 설명하였다. 여기에는 우주와 천지 관념, 음양의 관념, 오행의 관념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는데, 다분히 역사적이고 개념적이며, 원론적인 시각에서 기술되어 있기에, 기존에 나온 한의학 개론서의 기술 내용과 외견상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중편에서는 한의학의 본질이라는 제목 아래, 한의학의 기초이론을 비롯하여 기초이론의 發端과 易理, 한의학 기초이론의 병증, 생명철학적 의의와 정기신론, 天地之數에 五運六氣說 등 다양한 내용에 대해 기술하였다. 또한 장부론과 경락설, 맥리, 藥性論에 있어서의 한의학 기초이론적 의의에 대해 차례로 서술하였으며,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한의학 기초이론과 生命醫學이라는 주제의 글이 실려 있다.

하편은 한의학원리의 과학적 체계라는 제목 아래 우주의 현상을 과학적으로 해설, 인체 현상을 과학적으로 해설, 음양오행설과 과학적 현상적 해설, 오행의 종합적 기본현상에 대해 과학적 근거 해설, 오장에 대한 과학적 현상적 해설, 기온현상과 인체현상과의 상대성적 해설, 외래현상과 인체순응에 대한 과학적 해설, 삼음삼양병증에 대한 과학적 해설, 제1現象原式이 내포한 우주에 相對性兩質이 표현하는 종합적 현상 해설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또한 부록으로 ‘Evolution of principles of oriental medicine’이라는 영문논고가 실려 있다.

다만 몇 가지 생경한 개념용어를 구사하고 있기에 숙독하지 않고서는 쉽사리 내용을 가늠하기 어렵다. 게다가 상당히 분량이 많은 탓에 좌우로 잘 펴지지 않는 불편함이 있으며, 필경사가 철필로 긁어 등사한 본문을 요즘처럼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 빨리 읽고 이해하기엔 상당한 공력이 소요되기에 여간 집중하지 않고선 일견하기 쉽지 않다.

달포 전 한승련 선생이 소장했던 한의서들이 헌책방에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가운데서도 한병련이 지은 『의방신감』에 장서목록 1호로 ‘敦化文庫’라고 새겨진 소장인이 날인되어 있었다. 어떤 숨은 사연이 더해졌는지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지만, 한때 동서의학 연구를 위해 매진했던 저자의 노력을 상기해본다면 씁쓸한 뒷모습으로 비춰진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