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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길거리 약용식물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29)
2019년 01월 04일 () 06:00:21 박종철 mjmedi@mjmedi.com
   

박종철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한국 전자제품 상점들이 즐비한 콜롬보 공항을 통해 입국한 스리랑카는 3곳의 식물원을 2박3일 동안 조사해야 하는 짧은 체류기간으로 관광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었다. 필자는 이른 아침이나 밤 시간을 활용하여 잠깐씩 숙소 주위의 길거리 약용식물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수도인 콜롬보 시내에는 계피 정원이라 이름 붙여진 곳이 있다. 이전에 1.17㎢ 면적의 계피 농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상 관저, 독립기념광장, 콜롬보 국립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스리랑카 섬의 중앙에 위치한 캔디는 관광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의 숙소 인근 산책길에서 이른 아침인데도 문을 연 과일상점이 있길래 들어가 본다. 이것 저것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어대니 맘씨 좋은 젊은 주인은 파파야를 잘라서 한 조각을 권한다. 상점 내에는 수박과 건조 여주가 보이고 바나나는 천정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속껍질이 훤히 보이게 반토막을 낸 야자 열매도 진열장 위에 뒀다.

산속의 휴양지 같은 캔디 숙소의 아침 식당에는 dhal curry를 비롯하여 potato curry, bean·cashew curry 같은 다양한 요리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커리 원산지인 인도, 스리랑카에서 커리 요리를 맛보니 인도 아대륙에 온 기분이 절로 난다. 숙소 정원에는 여러 종의 열대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야간 조명 속에서 빛나는 야자나무가 있고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잭푸르트나무는 멀리서도 눈에 띈다. 한약 이름이 바라밀인 이 열대과일은 굵고 뾰족한 가시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겉모양새는 두리안과 거의 같다. ‘과일의 고기’로 불리는 바라밀은 갈증을 멎게 하고 초조하며 불안한 증상을 풀어주고 원기를 북돋워 주는 한방 효능이 알려져 있다.

열매가 붉은색인 스트로베리 구아바가 보인다. 열대과일인 구아바와 비슷한 이 열매는 열량이 비교적 낮으며 비타민 C의 좋은 공급원이다. 잎에 함유된 폴리페놀성 성분은 당 흡수를 온화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건강차로도 많이 활용된다. 구아바는 한약명이 번석류건(番石榴乾)으로 캔디, 잼, 젤리, 넥타로 폭넓게 이용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열대과일인 망고나무도 서 있다. 인도 북부에서 인도차이나 반도에 이르는 지역이 원산지인 망고의 미숙과일은 신맛이 매우 강하지만, 익으면 이 맛이 거의 없어지고 단맛이 나며 좋은 냄새를 낸다. 정원에는 스리랑카 쇠나무, 코브라 사프란으로 불리는 Mesua ferrea가 재배되어 있다. 스리랑카의 국가나무인 이 식물은 인도, 말레이시아에서는 꽃, 잎, 씨, 뿌리를 약용한다.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베르다 의약과 동종요법제로 사용하는 야화(Nyctanthes arbor-tristis)는 면역촉진, 간보호, 항진균 작용이 있는 약초다. 빨간 꽃이 흐드러지게 핀 Bauhinia kockiana도 투숙객들의 관심을 끈다.

캔디시의 서쪽에 위치한 캔디 식물원로 이동하는 중에 안내인이 나무 아래에 차를 세워준다. 목화와 비슷한 목면나무가 서 있다. 키가 큰 나무 위에는 흰 솜이 수북히 달려 있어 장관이다. 떨어진 솜을 주워 와서 식당에서 자세히 찍어본다. 이와 비슷한 식물인 목화의 씨는 면실자(棉實子)로 부른다. 우리나라 식약처 공정서에 실려있는 면실자는 산후에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 그리고 자궁 출혈, 자궁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증상을 치료하는 한약이다. 시타와카 식물원으로 가는 숲속에서 거대한 람부탄나무 무리도 만났다. 엄청나게 많은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람부탄은 처음 본다. 흔들리는 차안에서 사진 찍기가 힘들어 “먼저 식물원 약초 조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 차분히 찍어야지”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우리를 태운 차량은 반대길로 돌아와 버렸다. 무환자나무과에 속하는 람부탄은 양귀비의 과일로 불리는 여지와 닮은 열대과일이다. 한방에서는 람부탄을 소자(韶子)라 부르며 갑작스런 이질이나 배가 냉한 증세를 치료하는 약용식물이기도 하다.

스리랑카 마지막 날의 이른 아침, 혼자서 콜롬보 산책을 잘 마치고 돌아가는 중에 호텔 직원을 만났다. 그는 삼성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친근감을 나타내더니 “지금 마침 축제가 있는데 같이 가보자”며 제안한다. “일행과 식사약속이 있다”고 머뭇거렸더니 “잠깐이면 된다. 너는 오늘 너무 좋은 기회를 만났다“고 부추긴다. 귀가 솔깃하여 마침 뒤에서 오는 이곳의 택시격인 삼륜차 톡톡이를 잡아타고 이미 혼자서 새벽에 가봤던 절을 한번 더 구경했다. 다시 보석상점으로 이동하더니 드디어 보석 구입까지 요구한다. 결국 필자를 포기한 그는 기다리는 톡톡이로 숙소 인근에 와서는 엄청난 금액의 톡톡이 차비를 요구했다. 갑작스런 경비 청구로 달러와 스리랑카 화폐의 환율을 계산하지 못한 필자는 매우 당황했다. 그는 현지 실정을 잘 모르는 여행객을 노린 사기꾼이었다. 귀국 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똑같은 수법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12년 약초여행에서 처음으로 당한 사기였다. 사기꾼에게 속은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 일행들에게 얘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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