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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진 특파원 캐나다 현지 취재기(3) - 백인사회에의 적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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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신뢰 쌓는 ‘태도’가 중요
사회보장 편입 절실, 언어능력은 그 다음 문제
사진설명-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한의원의 모습. 캐나다의 한의원은 대부분 다소 소박한 모습이다.
◆ 한인사회에서 맴도는 한의사
캐나다는 주류가 분명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인종적 다수, 경제적 파워, 정치적 결정력, 지적·기술적 잠재력의 보유, 사회적 가치의 생산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런 요소들을 아우르는 분명한 세력이 있다.
이 기준에 가장 근접한 계층을 뭐라고 딱히 단정할 수 없지만 그 무언가가 있다.
교민들의 꿈은 바로 주류사회에 하루속히 편입되는 것이다. 교민들의 삶의 목표는 여기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의사도 주류사회가 인정하는 한의학의 실현을 가장 큰 목표로 삼는다고 말할 수 있다.
주류사회에 편입되는 구체적이고 최종적인 형태는 의료보험 급여 실현, 1차의료로서 인정받는 일, 한의사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것,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업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한의사를 포함한 한인교포는 주류사회의 한 변방에 머물러 있다. 이민의 역사가 짧은 탓도 있지만 한인 스스로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도 원인의 일단이 있다는 지적이다. 교민끼리 공생관계를 맺어 상대적으로 서양인과의 관계설정에 등한히하는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김치도 원조국이면서 보편적인 음식으로 지위를 누리지 못한다든지, 한국음식은 맵고 짜다는 인식이 깊어 한인식당에는 한국사람밖에 없다.
우리가 정통성을 갖고 있다는 禪(Zen)도 일본에 밀리고 있다. 한의학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한의원에 백인환자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전체적으로 환자가 많지 않은 느낌이다.
학문적으로도 한국한의대를 나온 한의사들은 거의 예외없이 “한국한의대의 교육내용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하다”고 자부하지만 이곳에서 한의학은 중의학의 그늘에 가려 존재가 미미해보였다.
“캐나다에 살면 중국은 커 보이고 한국은 작아 보인다”는 어느 한의사의 말은 이런 분위기를 잘 대변한다.
캐나다의 사회구조는 영국식 전통을 이식한 사회복지국가다. 세금을 많이 걷어 사회보장망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못 사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그렇게 부유한 사람도 없는 평등지향적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복지국가에서는 세금을 잘 내면 대접받고 안 내면 파산이 될 정도로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세금 잘 내고 법 잘 지키는 게 이 나라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 영어만 잘하면 되나?
캐나디언은 질병이 발생하면 무조건 Family Doctor(한국의 가정의에 해당)라는 1차 의사를 방문해서 무료로 치료받으므로 한방의료기관을 방문할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
아니 필요성을 못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시스템에 익숙해서 한의학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의원의 존재를 안다 해도 치료시스템을 잘 몰라 방문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런사람들을 대상으로 한의학적 치료가치를 알리면서 환자로 끌어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겨우겨우 한의학의 효용성을 알린다 해도 그 다음 기다리고 있는 난제는 가격경쟁력이다.
한방은 의료보험에서 제외된데다가 과중한 세금을 납부한 뒤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환자가 비싼 첩약을 먹으러 올 리 만무하다. 30, 40달러 드는 침치료를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한의사들은 백인주류사회의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써 한의학이 의료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문제를 꼽는다. 그러나 한방의 의료보험에의 적용은 한의사제도가 도입된 다음 순차적으로 해결될 문제다.
가격 경쟁력 문제 말고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언어일 듯 싶다. 그러나 언어를 보는 시각이 사람마다 약간씩 다르다. 영어는 그리 문제가 안된다고 말하는 부류의 한의사는 1,2백 문장만 달달 외우면 된다고 보는 경우다.
이런 부류의 한의사들은 더 이상 잘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가령 한국식으로 ‘쑤시고 결린다’는 표현도 대강 들어보면 아는 것이지 뭐 그리 복잡한 영어가 필요하겠느냐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영어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한의사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한국한의사의 skill은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시급한 것은 오히려 언어적 value라고 말한다.
밴쿠버지역에서 캐나디언 환자를 많이 보는 것으로 알려진 경희대 출신의 어느 한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임상을 하는 의사로서 치료자의 위치에 있을 때는 환자와의 relationship이 제일 중요합니다. 환자가 배를 가르킬 때 왜 복통이 생겼는지 명쾌하게 해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서양인이라고 생각해보라. 언어가 안통하는 상황에서 감으로 치료할 수 있겠습니까?”
◆ 환자는 보살핌 원해
이 원장은 언어적 문제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었다. 그는 한국환자와 캐나디언 환자의 차이를 들어 한의사가 태도와 생각을 바꿀 것을 권한다.
그는 한국과 캐나다에서의 치료경험을 비교하면서 양국의 환자특성을 설명했다. 한국에서 12년간 진료하면서 ‘침이 어떻게 해서 낫느냐’고 물어본 사람이 딱 한명 있었던 반면에 서양인은 70~80%가 귀찮을 정도로 치료원리와 근거를 물어보더라는 것이다.
이런 차이가 서양인이 침을 맞으러 오는 것과 한국인이 한의원에 오는 것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서양인이 한방치료를 받으러 올 정도 되면 한의학서적을 이미 몇권 보고 온 사람이어서 자신이 습득한 지식만큼 못따라오면 의사에 대한 신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마디로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직업적 생계수단으로 한의원을 하지 말고 삶의 일부로서 한의학을 하고, 환자가 왔을 때 따뜻하게 대해주라는 게 그의 충고다.
주류사회의 진입은 Skill, 언어능력과 함께 태도(Attitude)가 중요하다는 시사다.
필자 = 본지 취재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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