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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약’ 기준에 ‘한약’이 사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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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지황 지표성분 ‘5-HMF’도 발암 물질
한약규격집서 마두령·천초근 등 삭제 논란
생약학적 분석방법에 의해 한약이 퇴출되고 있다. 또 독성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한약이 다수여서 이를 대처할 방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또한 한의사가 환자에게 투약하는 한약제제의 안전성이 식품 수준에서 평가되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한약규격집의 마두령, 청목향, 천초근, 자하거 등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는데도 한의계에 가타부타 이렇다 할 공식적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것은 한의계의 현 주소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 한의대 교수는 “식품의 경우 발암물질이 함유된 원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의 원료까지 제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간독성을 바로 일으킬 광물성 한약은 물론, 머지않아 마황·마자인까지도 공정서에 남아 있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숙지황의 지표성분인 ‘5-HMF’도 1994년 미국국립암연구소(NCI)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결장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로 보고돼 있다. 또 빈랑자도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약을 한약제제의 원료로 평가하지 않고 생약학적으로 분석해 어떠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고, 그 성분 중 하나가 발암물질로 밝혀졌거나 유해성이 입증되면 사용을 금지할 경우 한의계에 미칠 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 부자, 초오 등 맹독성 한약도 사용금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 교수는 “한약 성분에서 발암물질 등 유해성분이 검출됐다는 것과 환자에게 투약되는 한약제제와의 관계는 밝혀진 게 없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숙제”라며 “그러나 이 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인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작용과 부작용의 양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약물을 선택할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의계의 다른 한쪽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발암물질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환자의 안전을 위해 투약을 멈추고 한약규격집에서 삭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소비자의 의식수준이 높아져 의료인의 행위 하나하나를 평가하고 감시하는 상황에서 발암물질이 포함된 한약을 규격집에 계속 수재해 놓는 것은 소비자의 의혹만을 부추겨 한방 의료에 저해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약을 한의학적 기준으로 평가하고 대중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대한약전과 한약규격집에 수재돼 있지 않아도 11개 기성한약서에 나와 있는 한약은 모두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공정서 수재를 요구할 필요가 있겠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원대 이영종 교수(본초학)는 “정부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한 의료기술만을 의사나 의료기관의 장이 시행토록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토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시대적 추세에서 공정서에 수재되지 않은 한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한의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한의학계는 현재 유통 중인 한약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연구가 이루어졌고, 계속 되고 있는 만큼 이를 더욱 확대하고 심화해 규정을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번에 공정서 삭제가 결정된 품목이나 맹독성 한약만이 아니다. 한의학 원전과 공정서의 한약 기원이 다른 것, 품질기준에 문제가 있는 것 등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언제라도 한의계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약의 개별 유해성분이 한약제제에서 어떻게 작용되는지 규명돼야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요원한 말이다.
또 한의계 스스로 한약 품질 기준을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의 개선을 주도해 나가야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너무 크다. 즉, 약재 한 가지만 가지고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 학회나, 사립대학 수준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기관 간에도 타 기관에서 연구된 자료는 참고 사항정도로 취급되는 상황에서 민간단체나 개인이 자발적으로 수행한 연구는 신뢰성이 떨어져 정책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따라서 한의계는 각계에서 연구되는 것을 지속적으로 결집하고, 문제점을 종합해 대응할 수 있는 상설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를 통해 독성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한약이 포함된 한약제제의 임상케이스를 취합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전대 서영배 교수는 “공정서의 오류를 고치기 위해서나 기준을 세우기 위한 연구는 정부과제로 선정돼 수행하는 길이 최선”이라며 “한의계는 한약의 기준연구가 생양학적 관점에서만 이루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리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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