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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미래포럼] 제2차 토론회 토론 요약
2006년 06월 23일 () 14:01:00 webmaster@mjmedi.com
   
 
국립대 한의대 ‘어디에’보다 ‘왜, 어떻게’가 우선
“정략적으로 결정되면 안하느니만 못해”

토론자들은 주로 한의대의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들어 ‘왜 국립한의대인가’라는 질문에 답했다. 토론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한의대의 문제는 사학의 파행성과 학문 방향의 왜곡이었다. 기존 한의대가 연구를 위한 투자는 하지 않고 한의학의 과학화를 핑계로 학문을 왜곡한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비판자인 박석준 교수는 “과학화는 하나의 방향일지언정 전부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대안으로 연구중심대학 이외에 동의보감, 내경 등 원전이해능력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특히 학제간 통합연구 방안으로 의학보다는 인문학, 농학, 생물학 등과의 교류를 강조했다. 의학은 한의학의 여러 분야 중 임상에 도움이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고성규 교수는 맨파워를 강조했다. 연구를 하려면 주변학문이 따라주고, 한방병원도 적정규모가 돼야 한다고 보았다. 현재와 같이 임상 각과에 교수 1명이 임상과 강의를 하는 시스템으로는 연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대학을 논하기 전에 적정 규모를 따져야 한다는 게 그의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이렇게 맨파워를 유지하지 않으면 심혈관질환 응급의료센터에 한방병원이 지정되지 못해 초기환자를 빼앗겨 한방병원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듯 연구가 국립대 한의대의 우선순위임을 부정하지 않지만 예상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김남일 교수는 정부가 강요하는 전문대학원체제로 갈 경우 지금보다 교육여건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생들이 연구보다 개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교육내용이 ‘동서의학’, ‘표준화’, ‘규격화’를 내세워 한의학 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가 결국 의료일원화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대 한의대 설립의 효과로 거론되는 학제간 연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다학제간 연구를 위해서는 일반화된 한의학 용어를 갖고 여러 학문분야와 교류해야 하지만 한의계는 그럴 상황이 못 된다는 것이다.

이종수 교수는 ‘서울대만 국립대냐’, ‘왜 국립대인가’를 화두로 국립대 한의대 설립론의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국립대 한의대를 설립하려면 역설적으로 사립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자기성찰부터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의학의 진단과 치료의 좌표값, 즉 기준이 없어 국립대나 서울대에 한의대를 설립하자는 것이라면 이것이 향후 신설 국립대 한의대의 교육목표 내지 교육과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질의요지였다.

이 교수의 주장은 공감을 얻어 사립 한의대의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국립대 문제를 논의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현재의 사립대 체제를 답습하면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이다. 필요해서 만든 한약학과와 한의사전문의제도가 갈등만 낳았듯이 국립대 한의대도 똑같은 문제를 반복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강연석 씨(서울 KBS한의원)는 “경희대에 관련학과가 없어 학제간 연구가 더딘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현행 한의대교육에 내재된 문제를 시정하지 않는 한 경희대체제를 고착화시키거나 교육의 주도권이 서양의학자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의계의 논의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재국 박사는 “선정 논의부터 결정까지 정략적으로 되면 안 만드는 것만 못하다”면서 “장기적 플랜을 갖고 결정할 것”을 조언했다.

백은경 씨(서울 해마한의원)도 한의협의 추진방식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대 한의대 설립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회원에게 정직하게 이야기 하지 못한 것은 한의협의 잘못이라고 공박했다. 정경진 한의협 기획이사는 그간의 국립대 한의대 설립논의가 “의견을 모으기보다 정쟁 차원의 일처리 방식으로 진행됐음”을 인정했다.

천병태 민족의학신문사 회장(서울 유정한의원)은 “지방대냐 서울대냐 논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일갈하고 “누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본질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정치지도자가 중국문화의 붕괴를 우려해 유불선 3교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어 한의계도 문명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의 의견은 결국 국립대 한의대를 어디에 설립할 것이냐의 문제보다 왜 국립대여야 하며, 어떻게 설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일이 우선이며, 그렇게 해야 국립대 한의대가 설립돼도 한의학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동시에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데 모아졌다.

정리 =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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